박근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이론상으로는 헌재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처럼 국회의 탄핵안을 기각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에 다시 복귀하게 되지만, 만에 하나 헌재가 그런 결정을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며 버티기는 불가능하리라 본다.  따라서, 이제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느냐, 아니면 헌재에 의해 쫓겨나는냐일 뿐, 그 이외의 다른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이승만에 이어 민의에 몰려 퇴진하는 두번째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살아 생전 임기를 마치미 못하고 퇴진한 대통령은 또 한 사람 최규하가 있기는 하지만, 그는 민의에 몰려 퇴진한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 재미한인 사회를 비롯, 한국인들 중 이승만의 "업적"이 과소 평가됐다며 4·19 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에게 역사상의 "올바른" 자리를 찾아 주어야한다면 이승만 기념 사업회등을 만들어 주접을 떠는 무리들이 있다.  물론 이승만에게 전혀 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역사에 진 죄는 그 공이나 업적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것이며, 이승만이 역사에 지은 죄는 덮고 감싸면서 그의 공이니 업적이니를 강조하려하는 시도는 대한민국 역사의 가장 영광스러웠던 사건 중의 하나인 4·19 혁명을 부정하려는 한심한 작태로 보아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기념회등을 만들어 이승만을 역사의 영웅시 하려는 한심한 작자들이 대한민국과 재미한인 사회에 무수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50년 뒤 쯤, 아니 짧으면 20년 뒤 쯤에는 박근혜의 "업적"이 과소평가되었다며, 박근혜에게 역사에서의 "올바른" 자리를 찾아주겠다면 박근혜 기념회를 만들어 주접 떠는 무리들이 생기지 않을까?  지금의 촛불 민심의 열기가 20년 내지 50년 전의 아득한 기억이 되고 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인 것 같아 정말 걱정된다.

   흔히 이승만이 역사에 진 죄를 덮고 감싸려고 하는 작자들이 하는 이야기는 나쁜 짓은 전부 이기붕, 최인규 일당들이 한 것이며 이승만의 잘못은 그들을 잘못 관리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지난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에서 한 이야기와 너무 똑같다.  즉 그 때 박근혜 대통령의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자신은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해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해왔다" 그리고 단 한순간도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자신의 큰 잘못이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승만 기념회 등 이승만 옹호 단체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이렇다.  그는 일생을 조국을 위해 살아왔다.  일제 강점기에는 오로지 조국 독립만을 생각하며 모든 노력을 다 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이 되어서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해왔다. 그리고 단 한순간도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대통령직에 연연한 것도 오로지 국가 발전을 위해 공헌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주변의 간신배 이기붕과 최인규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필자가 6년 전에 올린 《우울한 8월》이라는 글에서 정치인의 부정부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중형을 때리고 나서 얼마 안 되서 금방 사면하는 한국의 정치계의 행태를 비난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정치계에만 국한된 것일까?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쫓아낸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을 운운하며 그 죄를 덮어버리려 하는 이승만 기념회 등을 보면서, 20년 내지 50년이 지나면 지금 이 시대의 촛불 열기를 완전히 망각한 채 박근혜의 공적을 운운하며 그녀를 재평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한심한 무리들이 꼭 나타날 것 같아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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