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인 news에서 한국어가 미국에서 사용되는 8대 언어(영어 포함)에 들어간다는 조사 결과를 들었다.  이런 조사 결과에 놀라는 분들도 있겠지만, 필자가 사는 New York의 경우는 8대 언어가 아닌 5대 언어에 들어가는 것 같다.  즉,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가 3대 언어이고, 그 다음으로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이렇다 보니, 이제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대도시에 사는 타 민족들의 경우 웬만한 사람은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미국 대도시에서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보면 서투른 발음이지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또 한인 가게에서 물건을 사 갖고 나가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나가는 경우도 많은데, 그 때 흔히 우리는 “천만에요.”라고 대답해 준다.

        
그런데, 이 “천만에요.”라는 표현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 “천만에요.”를 “감사합니다.”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께 과연 영어를 배우기 전에도 “감사합니다.”에 대해 “천만에요.”라고 대답했는지 묻고 싶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비슷한 질문을 하자면,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한국인도 “감사합니다.”에 대한 대답으로 “천만에요.”라고 말하느냐 하는 질문이다.  요즈음은 국제화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하는 사람 수가 점점 줄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보는데, 그러한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씀 드리면 “천만에요.”라고 대답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다시 말해서 “감사합니다.”에 대한 대답으로서의 “천만에요.”는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쓰이는 특이하고 부자연스러운 한국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You're Welcome.”에 해당하는 자연스러운 한국어는 없는가? 물론 있다.  “별 말씀 다 하십니다.”는 “감사합니다.”에 대한 정중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대답인 것이다.  이런 표현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지면.  감탄사를 넣고, 뒷말을 흐려서 “아유 뭐 별 말씀을요.”, 또는 감탄사만으로 “아유 뭘요.”라고 말하면 된다.

        
“별 말씀 다 하십니다.”의 “별 말씀”과 “천만에요.”의 “천만의 말씀”은 그 의미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별 말씀”이라는 표현은 “특별한 말씀”이라는 뜻으로,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씀 안하셔도 좋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반면 “천만의 말씀”은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의 준말로서,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조금 더 공손하게 표현한 것이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지 않으면 다소 공격적이고 무례한 표현이 된다.  따라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천만에요.”라고 대답하는 것은 “말같지 않은 소리 하지 마십시오.”라고 대답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된다.

        
간혹 가다, 상대편이 전혀 고마워할 일이 없는데도 고맙다고 하는 경우, 또는 더 나가서 도리어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할 텐데 상대편이 고맙다고 하는 경우에는, “천만의 말씀”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지만, 이런 경우에도 그냥 “천만에요.”라고 말하면 다소 공격적이고 무례한 표현이 되기 때문에, 정중하게 “별 천만의 말씀 다 하십니다” 또는 “(고맙다니) 천만의 말씀이세요.”라고 말해야 옳다.

        
더구나, 영어의 “You're Welcome.”에는 천부당만부당하다는 뜻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You're Welcome.”을 “천만에요.”로 번역하는 것은 직역도 의역도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직역도 의역도 아닌 “천만에요.”가 어떻게 해서 “You're Welcome.”의 당연한 번역처럼 정착되었을까? 확인할 길은 없지만, 아마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국식 영어에서는 “Thank you.”에 대한 대답으로 “Not at all.”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전혀 고마울 것이 없다는 뜻인데, 꼭 “Thank you.”에 대한 대답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말을 강하게 부정할 때, 즉 말 같지 않은 소리라든지 천부당만부당한 이야기라든지 하는 뜻을 전하고 싶을 때도 쓰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어느 총각에게 전혀 마음에 없는 처녀를 사랑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으면, “Not at all.”하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 시대 때 한국에 들어와 한국말을 배우려 했던 영국인이 “Not at all.”의 직역인 “천만에요.”가 영국에서처럼 “감사합니다.”의 대답으로 쓰이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 이후에 한국에 들어 온 미국인들에게도 “감사합니다.”의 대답을 “천만에요.”라고 가르치고, 또 그렇게 배운 미국인들은 다시 한국인들에게 “You're Welcome.”은 “천만에요.”라는 뜻이라고 가르친 것이라고 보인다.

        
간혹 재미동포 2세들이 “양말을 입는다.”와 같이 영어식의 우스꽝스러운 한국말을 하여 1세나 1.5세를 웃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감사합니다.”에 대한 대답으로 “천만에요.”라고 말하는 것도 그 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희한한 것은,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표현이 수십년간 한국의 영어 교육 현장에서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You're Welcome.”의 올바른 번역인 양 가르쳐 지고 있다는 일인데, 그것은 의문 나는 점이 있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저 가르치는 데로 배우는 한국의 교육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우스꽝스러운 “천만에요.”라는 표현이, 단순히 잘못된 번역에 그치지 않고, 해외 동포 사회의 성장과 국제화의 바람을 타고, 해외 동포 2세들과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올바른 한국어인 양 가르쳐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신 분은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이 기회에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  그리고 “감사합니다.”에 “천만에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양말을 입는다”라는 표현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표현이라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시는 분들께서는, 이 곳 재미동포 사회의 한국어 교사나 한국의 국어 교사 또는 영어 교사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오류를 지적해 주셔서 앞으로 꼭 이 오류가 고쳐질 수 있도록 일조해 주셨으면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말 바로 쓰기의 일환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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