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이렇게 쓰고 있다. <모든 종교는 구라다>는 '순진한 목사가 말하는 너무나 솔직한 종교 이야기'라고. 그러나 아무리 후한 점수를 줘도 '순진하다'는 말은 동의할 수가 없다. 그의 책 속의 어느 글귀 하나라도 순진한 구석이 있는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다른 이의 눈에는 어떤지 몰라도, 현직 목사인 내 눈에는 적어도 그렇다.

 

'순진하다'는 말이 '유식하다'는 말과 같은 말이라면 쌍수를 들고 박수를 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니라면 적어도 '순진한' 목사의 글은 아니다. 아니 그냥 '목사'의 글도 아니다. 책을 많이 읽은 오지랖이 넓은 한 종교인의 종교연구서다. 그러므로 '너무나 솔직한 종교 이야기'라는 점에는 분명히 동의한다.

 

'목사'에서 '종교연구가'로

  
▲ <모든 종교는 구라다> 표지 책을 많이 읽은 오지랖이 넓은 한 종교인의 종교연구서다. 그러므로 ‘너무나 솔직한 종교 이야기’라는 점에는 분명히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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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자신을 목사라고 말하고 이런 글을 쓴 이는 많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송상호는 솔직하다 하겠다. 추천의 글을 쓴 지리산 실상사의 인드라망 도법 승려의 "길 잃은 현대 종교인들에게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잘 안내해 주고 있다"(7쪽)는 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러니까 저자의 글에 일부만 동의한다는 뜻이다. '길 잃은 현대종교인들'에게는 자신의 종교를 되짚어보는 좋은 '물건(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모든 종교가 길을 잃었다고 보는 견해가 옳으냐는 것이다. 즉 그 '모든'이란 단어가 문제다. 추천의 글을 쓴 인드라망 도법 승려도 일부는 제외하고 싶지 않았을까.

 

'모든 종교가 다 썩었다'와 '모든 종교는 구라다'는 다르지 않은 논리다. 그런데 저자는 '모든 종교는 구라다'라는 가설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섭렵한 여러 분야의 책들을 통하여 이를 뒷받침하고자 애쓴다. 특히 '스피노자의 정신'이란 작가의 <세 명의 사기꾼>('생각의 나무' 간)의 인용은 가히 천재적이기까지 하다. <세 명의 사기꾼>의 '모든 종교는 사기다'라는 명제를 '모든 종교는 구라다'로 바꿔 놓은 게 아닌가 의심이 간다.

 

저자가 쓴 서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위 모태신앙자다. 어렸을 적부터 개신교가 최고인 줄 알고 자랐다. 개신교가 진리이며, 다른 길은 없는 줄 알고 자랐다. (중략) 하지만, 경계 없는 독서, 꾸준한 독서로 인해 나의 신앙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씩 고개를 쳐들었다. (중략) 이젠 모든 종교가 둘이 아니라는 생각, 이 세상이 둘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고야 말았다. 앞으로도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 나는 모른다. 다만 지금의 깨달음이 그렇다.(12, 13쪽)

 

이 말의 요지는 이런 게 아니겠는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을 최고로 여기며 자란 신앙인으로 기독교의 신앙인 중에는 최고라 할 수 있는 목사가 되었다. 하지만 경계 없는(가리지 않고 읽는 잡식성?) 독서를 통하여 무엇인가 깨달음이 있었다. 그건 모든 종교는 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상은 앞으로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학문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신앙은 달라질 수 없다. 성경 사도행전에는 아그립바 왕 앞에서 기독교를 변호하는 바울 이야기가 나온다. "바울이 이같이 변명하매 베스도가 크게 소리하여 가로되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사도행전 26장 24절) 그러나 바울은 미친 게 아니라 진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왜 난 저자의 서문을 읽으면서부터 인내심을 가지고(추천의 글을 쓴 김경재 목사의 조언에 따라) 책을 완독할 때까지, 아니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자꾸 이 성경 구절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저자의 처절하기까지 한 종교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건 저자의 다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성경적으로 말한다면, 바울이 배설물로 여긴 것이 저자에게는 중요한 사상의 기저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다

 

여러 종교에 결례를 범할 수도 있고, 구라를 쳐서라도 책을 팔고 싶은 생각도 있고, 구라를 증명하는 데 또 다른 구라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11쪽)

 

그의 이런 의도 때문인가. 내 손에까지 이 책이 들어 온 걸 보면, 분명 책이 잘 팔리고 있을 것 같다. 한신대 명예교수이며 삭개오작은교회 전도목사인 김경재 목사의 추천의 글을 보면 이 책의 가치가 어떤 것인가 알 수 있다.

 

모든 우주적 종교들은 위대하지만 진리는 더 위대하기 때문에, '전통종교'의 집안 그늘지고 습기 찬 구석에서 번성하는 균들을 소독하기 위하여, '의심의 해석학 살균제'를 뿌리고 밝은 진리의 태양 아래 노출시키는 이 책은 출판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9쪽)

 

기독교 역사의 성전(聖戰)들을 '밥줄 싸움'으로 여기고, 절대적 진리를 앞세운 침략과 살생의 식민지 정복의 역사로 보는 견해는 일각 그럴 듯하다. 정치적인 너무나도 정치적인 시야로는 그게 맞는 논리다. 천국과 지옥, 극락과 지옥은 인간내면의 두려움에 대한 공포를 잘 이용한 것이라고 이해한 것은 너무나 종교적인 지적이다. 종교현상학으로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세력 확보나 영역 확대의 생존경쟁의 첨병 노릇을 한 게 종교였다고 지적한다. 권력과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다고 한다. 세상에서 성공한 종교의 권력화, 지금도 이것은 도마 위에 오르는 문제다. 종교의 금권화 또한 좋은 지적이다. 이미 나도 '대통령의 종교가 문제인가? 종교의 권력화가 문제인가?'에서 지적한 바 있다.

 

"오늘날 대형교회에서 일어나는 교회세습은 '제왕적 권위'를 지닌 담임목사의 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욕망"(<현대사회에서 종교권력, 무엇이 문제인가?> 143쪽)에 기인하고, 한국교회에서는 이런 권위주의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 있다. 연합기관의 장이나 교단의 총회장(감독)이 되기 위해 돈을 뿌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 정도로 '돈의 정치학'이 교회를 지배하고 있다.

 

저자가 온갖 종교의 구라적 요소를 들먹이면서도, 심지어는 종교가 '집단적 망상'이라는 도킨스를 들추면서도 종교가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희망이다. 역기능의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구라적 요소를 배제하고 연약한 인간의 근본적 문제에 해답을 줘왔고, 앞으로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쯤에서 모든 종교와 종사자들은 뼈저린 자기반성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말하는 종교, 추천하는 종교

 

저자가 말하는 종교는 아래와 같다. 분명히 어떤 종교의 신앙인이든 그렇게 선뜻 동의하긴 힘든 대목들로 즐비하다. 물론 종교연구가들은 쌍수를 들고 환호할 대목들이다.

 

죽음이란 두려움을 상품화하여 경전을 만들고, 상상력으로 신화를 만들고, 사람들을 규합하여 권력을 형성하고, 교리를 조작하고, 때론 과학을 무시하고, 영업을 위해선 침략을 불사하기도 하고, 영업에 방해되는 이단은 과감히 처단하기도 하고, 끌까지 증명할 수도 없는 신이란 존재를 붙들고 구라를 치는 것(155쪽)

 

저자가 추천하는 종교는 아래와 같다. 이 예언 아닌 예언이 들어맞을 날이 온다 해도, 결국 자신의 신앙을 저버리고 이런 종교로 그렇게 쉽게 뛰어들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자신의 종교를 제대로 신앙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을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는 종교, 특정 교조가 없거나 교조가 있더라도 절대시되지 않는 종교, 일정한 날을 정해서 기계적으로 모이지 않고 융통성 있게 모이는 종교, 피라미드식 구조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지향되는 종교, 타종교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경계가 느슨한 종교, 경전이 없거나 있어도 절대화 되지 않는 종교, 모임 장소는 언제나 유동적인 종교, '자유'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종교, 지구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과 나눔과 실천이 있는 종교, 일정한 형식과 조직이 없거나 느슨한 종교(271쪽)

 

'종교다원주의만이 살길이다.' 분명 저자는 그리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종교 속의 하나의 종교, 모든 종교는 하나라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라는 말에 수식어를 더하여 '간소한 우주적 종교'를 꿈꾸는 저자는 '종교 아닌 종교'를 주창한다. 역시 '목사적'이기보다 '종교적'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구라적 요소(저자의 주장대로 '뻥'이란 뜻만이 아님) 때문에 잘 팔릴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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