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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개신교 신자들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예배를 열었다. 이날 등장한 난타, 발레, 부채춤 공연 등이 ‘위로’에 걸맞는 기독교적 형식인지 논란이 일었다.

개신교 위기와 다양성 반영하는 리퍼트 대사 쾌유집회
그들 앞에서 ‘주님’ 과 ‘애국’이 일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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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개신교(기독교) 신자들이 지난 3월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예배를 하면서 북을 치고 부채춤을 췄다는 뉴스를 보고서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이전에 비슷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28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가 열렸다. 추적추적 비가 흩뿌렸던 이날 서울시청 부근에서 중얼거리듯 절규하듯 방언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손에 “동성애 합법화 반대” 같은 구호 팻말을 들고 있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가 명시되는 것을 반대하는 개신교 신자들이었다. 이들의 앞 연단에서는 성경을 암호처럼 중얼대는 남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비 오는 거리에 울렸다. 옆에선 십자가 문양의 깃발을 또 다른 남자가 흔들고 있었다. 누구는 울부짖고, 누구는 무릎을 꿇고, 누구는 발을 굴렀다. 비 사이로 섞이는 방언이 점점 높아질 무렵 북소리가 들렸다. “둥둥둥~.” 돌연한 장단에 맞춰 한복과 드레스를 입은 이들이 나와 춤을 추었다. 마침 내리는 어둠은 낯선 풍경에 기묘한 기운을 더했다.

11월28일 그리고 3월7일

서구적 종교라고 여겨지는 개신교 집회와 기복신앙을 연상케 하는 전통문화가 결합된 순간을 목격한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찍어 올렸다. 신앙과 전통의 결합은 그만큼 ‘비주얼 쇼크’가 있었다. 이날 시민위원회가 시작된 다음에 벌어진 예배는 미디어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만 예배를 본 소수의 신기하고 당황스러운 기억으로 묻혔다. 독립다큐멘터리 집단 ‘연분홍치마’의 이혁상 감독은 “동성애를 잘못된 외래문화로 보는 이들이 전통적 방식으로 정죄한다는 의미였을까”라고 이 장면에 감상을 더했다.

지난 3월7일, 빛깔도 다양한 한복을 입은 이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행진을 마친 이들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거리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북을 치면서 “주여~ 주여~”를 외쳤다. 이윽고 수십 명의 여성이 하얀 원피스를 입고 추는 발레가 시작됐다. 이들은 국민체조를 하듯 줄을 맞춰 동작을 반복했다. 이어 한복을 입은 여성이 나와 가야금 반주에 민요로 찬양을 했다. 그 뒤에서 신도들은 꽃바구니를 흔들었다. 시끌벅적한 찬양은 끊이지 않았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쟁쟁쟁~.” 꽹과리 반주가 잇따라 울렸다.

그리고 논란의 부채춤이 등장했다. 형형색색 한복을 입은 여성 10여 명이 부채춤을 추었다. 앞에서 대형 태극기를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엔 북을 두드리고 태극기 휘날리며 “둥둥~ 대한민국~” “둥둥~ 주님께 영광~”을 외쳤다. “십자가를 하늘 높이 쳐들고~ 주의 군사 되어 용맹스럽게 찬송하며 나가세~ 나가세~.” 트로트풍의 군가 같은 복음성가가 사방에 울렸다. “목숨까지 바치오~ 싸움터로 나가세~” “산과 들과 바다, 가는 곳마다 주의 군기 날리며~”. 그렇게 ‘리퍼트 대사 쾌유 기원과 국가 안위를 위한 경배 찬양행사’가 진행됐음을 유튜브 동영상은 증명한다.

이정배 감신대 교수는 마침 광화문을 지나다 이들의 예배를 보았다. 그는 “기도를 하다가 엎드려 절하고, 태극기를 흔들고, 옷은 형형색색이고… 처음엔 기독교 예배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 토착화에 관심이 있지만, 그것은 토착화 형식이 아니라 종교 혼합주의”라고 비판했다.

지난 3월 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개신교 신자들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예배를 열었다. 이날 등장한 난타, 발레, 부채춤 공연 등이 ‘위로’에 걸맞는 기독교적 형식인지 논란이 일었다.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두 사건은 우연한 일치가 아니다. 다른 주제, 다른 날에 모두 참여한 ‘올월드 경배찬양단’이 있다. 이 단체는 경기도 김포 ‘온세상교회’ 소속이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예수교장로회 합동 한성총회(예장합동 한성총회) 이희준 총회장이 온세상교회 담임목사다. 올월드 찬양단은 지난해 11월17일 서울역에서 열린 동성애 반대집회에 나왔고, 11월28일 서울시청 인근에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을 압박하기 위해 모인 개신교 집단의 일부였다. 리퍼트 대사 쾌유 기원 예배에 대해 이희준 총회장은 기독교 언론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교단 차원이 아니라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채춤이나 발레, 난타까지 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게 예배다. 구약 시편에 보면 예배가 그렇게 요란스러웠다”고 말했다. 해병대 장교 출신인 이 목사는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개신교 의원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민주기독포럼의 총재였다. <한겨레21>은 온세상교회의 전화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세계교회협의회(WCC) 반대, 동성애 반대, 리퍼트 위로 등 분야는 달라도, 예배에 나오는 개신교 세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2>를 만들고 있는 이혁상 감독은 “용산 참사 유족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러 가는 데 동행했다”며 “당시 명동성당 앞에서 ‘교황이 사탄’이라고 외치는 이들을 봤는데,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러 왔던 이들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이런 이들은 세월호 관련 반대 집회에도 열심이다.

이들은 왜 부채춤을 추었을까? 상당수 교회에서 ‘워십 댄스’(Worship Dance)는 예배의 일부가 됐다. 요즘엔 랩으로 찬양하는 이들도 있다. 온세상교회의 2011년 부활절 예배 동영상은 광화문 예배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부활절 예배에서 입은 발레복은 물론 전통춤 반주 음악까지 광화문의 그것과 일치한다. 그렇게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는 “보수적인 교회 신자들도 이날 행동을 부끄러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교회에서 손님을 맞는 하위 의전을 여성들에게 맡기고 한복을 입으라고 한다”며 “성별화된 문화가 드러난 것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예전에 개신교 신자의 ‘봉은사 땅밟기’ 사건이 있었다. 김 목사는 “개신교에는 작은 선교회 같은 미시적인 행동단체가 많다”며 “이들 사이에 이상한 행동을 격려하는 문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극적인 행동으로 존재증명을 해야 하는 집단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개신교 일부의 돌출적 행동은 한국 개신교의 위기가 드러난 증상이자 단면이다. 하루의 촌극이나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서울시민인권현장 제정 시민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열린 지난해 11월 28일, 개신교 신자들이 서울시청 옆에서 ‘동성애 반대’ 예배를 열었다. 이날 등장한 북과 장구와 의상은 리퍼트 대사 쾌유 기원 예배 때와 매우 비슷했다.

“해외 선교에서 효과를 보았다”

2000년대 개신교는 위기를 맞았다. 반세기 이어진 교세 확장이 한계에 부딪혔다. 청년들을 신자로 영입하기 위해 터부시하던 문화까지 포용했다. 시끌벅적한 부흥회도 용인됐다. 김기석 청파감리교회 목사는 “많은 이들이 삶이 흔들리니까 고양된 감정을 느끼고 신과 연결되고 싶어 한다”며 “사람을 쉽게 흥분시키고 들뜨게 하기보다는 고요하게 비우는 영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용하는 이들이 아름다운 몸동작으로 신을 경배하는 것이 그릇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자신들의 보수적 이데올로기 강화에 신자들을 동원하는 목사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중 잣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민중신학이 한(恨)을 신학적으로 해석하고, 통일신학이 전통문화와 만남을 고민할 때 이것을 비난했던 교회가 전통과 만남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손쉬운 방식으로 전통문화를 끌어들인다”고 비판했다. 오랫동안 전통문화를 연구해온 이정훈 성실감리교회 목사는 경험에 바탕해 지적했다. “예전에는 교회에서 풍물을 치면 집회·시위를 연상하며 싫어했다. 그랬던 이들이 언제부터인가 해외 선교를 가서 북과 장구를 치면 사람이 모이는 것을 경험했다. 일단 사람을 모아야 전도를 하니까 그 효과를 알았다. 소문이 나면서 보수 교회들도 해외 선교를 나가기 전에 전통악기를 연습하고 풍물패를 만들었다.”

사실 핵심은 난타와 발레와 부채춤이 아니라 태극기다. 한채윤 ‘비온뒤무지개재단’ 활동가는 “범세계적인 종교가 언제부터 태극기를 휘두르게 됐을까”라고 말했다. 개신교 일부의 논리에 애국이 있다. “○○○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린다.” 이 문장의 주어에 ‘동성애’ ‘종북세력’ 같은 단어를 넣으면 이들의 행동이 나온다. 이들은 주님을 정점에 둔 영적 전쟁에 나선 ‘군대’를 자처한다. 논란이 되는 개신교 집회에 ‘주님의 군대’라는 표현은 반복해서 등장한다. 기독교와 애국주의와 군사주의가 그렇게 뒤섞인다. 여전히 한국을 압도하는 수직 위계질서는 문화적 바탕이 된다. 결국 재현되는 방식은 이렇다. 남성 목사는 연단에서 설교하고 여성은 주로 그 아래에서 기도하고 방언한다. 한채윤 활동가는 “정체성의 핵심은 정체 없는 애국”이라며 “애국이 전통이 되고 전통문화와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선민사상 그리고 대한민국

자신들을 선민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 팀장은 “일부 개신교의 선민사상에서 대한민국은 주님의 은총을 받아 성공한 나라이고 한민족은 선택받은 민족”이라며 “민족문화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은 최고의 방식이 된다”고 분석했다. 개신교 중심이던 서구가 성경 말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반면 한국은 주님의 뜻을 지킬 최후의 보루가 된다. 일부 교회에서 이런 논리는 낯설지 않다. 나영 팀장은 “다른 삶에서 희망을 잃고 완전히 절망에 빠진 이들이 이런 교회를 찾아가 밤새 울면서 기도한다”며 “이들은 내가 구원을 받았으니 이제는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믿음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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