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규모의 인명이 사망한 네팔 지진 현장에서 한국 NGO 단체의 무분별한 선교 활동이 현지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9일 네팔 현지 매체 온라인 하바르(http://www.onlinekhabar.com)의 노브라츠 비티끄 기자는 "구호활동을 하러 한국에서 왔다는 굿피플이라는 이들이 재난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네팔 이재민들에게 비타민 몇 알과 성경을 전달하고 있다"며 "그들은 이런 재난은 예수가 아니라 큰 거인과 같은 힌두교 신들을 믿어서 벌어진 일이므로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기자는 "라메찹 주에서 발생한 이 일로 지역민들과 네팔의 식자들은 대단히 분노하고 있으며 이런 행각을 당장 멈추지 않으면 모종의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네팔 현지인 번역)고 보도했다.  

종교 분포로 보면 네팔은 3000만 명 인구 중 81.3%가 힌두교, 9%가 불교, 4.4%가 이슬람, 1.4%가 기독교를 믿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언론 보도는 네팔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일파만파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오지탐험가 겸 사진작가이면서 네팔 오지 마을에 도서관 짓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김형욱씨는 네팔 지진 사고가 나자 구호활동을 하러 네팔로 향했다. 그리고 현지 언론의 관련 기사를 접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종교를 바꾸면 도와준다는데, 시골에 있는 사람들이 정부에 요청한답니다. 한국 NGO 가방에 뭐가 있는지"라고 써 분노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기사에 나온 '성경'은 굿피플 구호 인원이 현지인에게 나눠준 영문 '브로셔'로 추정된다. 네팔 현지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구호에 나섰지만 브로셔에 담긴 메시지가 무분별한 선교 활동으로 비치면서 현지 언론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기사에 대한 반응은 비난 일색이다. 48만 명이 보고 있는 온라인 하바르 페이스북 페이지의 관련 기사 포스팅에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800여개에 이르는 댓글을 달았다.

기사 원문의 댓글에도 한국 기독교를 비판하는 내용이 쏟아졌다. 

Ram Krishna Dangol은 "그들은 진짜 기독교인이 아니다. 그들은 거짓 가르침을 선교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Prakash Chemjong Limbu는 "왜 그들은 이 힘든 시기에 종교를 강요하는가. 이것은 사회사업가 그리고 자원봉사자로서 봉사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가짜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당신의 도움이 싫다"고 밝혔다.

Amul'z Bajz는 "심지어 네팔의 기독교인들은 그들의 선교(working)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범주에 모든 기독교인들을 끌어내려고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썼다. 기사 원문에는 욕설을 포함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가득찬 내용의 댓글도 상당수 올라와 있다. 

국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관련 소식이 SNS로 중심으로 퍼지고 있고 구호단체 굿피플 페이스북에도 댓글이 달리고 있다.

논란이 된 구호단체 굿피플의 총재는 조용기 목사로 지난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 사태 때 "일본의 대지진은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해서 하나님이 내린 경고"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굿피플(이사장 이영훈) 측은 논란이 된 브로셔는 개인이 제작해 배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굿피플 홍보 관계자는 "브로셔를 확인해봤는데 본부나 네팔 지부에서 만든 것이 아니고 구호활동을 하러간 의료진 한분이 개인적으로 교회에 출석해서 나온 내용의 유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저희도 미처 현장 상황을 체크하지 못해서 배포했던 것에 책임을 통감하지만 일단 우리 자료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우리 단체가 기독교 정신으로 구축된 NGO 단체는 맞지만 NGO 활동을 할 때는 종교적 문제와 결부되지 않는 선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굿피플은 지난 8일 굿피플 의사회로 구성된 재난의료팀 8명을 네팔 현지로 파견했고 네팔보건인구부와 협의해 긴급의료활동을 허가받고 선교 활동으로 논란이 된 라메찹 주에서 의료활동을 벌여왔다. 

이밖에 굿피플은 지난 2일과 4일 네팔 쩌이주 지역과 설레갓 지역에 구호물품으로 수십 가정이 한달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쌀과 말린 두부, 소금 등의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굿피플 관계자는 논란이 된 선교 활동에 대한 현지 비난 여론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긴급 구호 물품도 NGO끼리 구성한 협의체에서 필요한 물품을 배분하고 현지에서 구매해 지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팔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들은 이번 선교 활동 논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네팔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데 혹여 이 같은 논란이 지원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네팔의 정치적 배경과 네팔 정부에 대한 불신, 구호물품 지원에 대한 혼란이 겹치면서 현지 미디어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현지에 따르면 유엔세계식량계획(WFP) 기구에서 물류기지를 만들어놓고 네팔로 오는 구호물품을 배분‧확인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 선교단체와 인도 종교 단체들, 개인들이 이를 거치지 않고 구호활동에 나서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 힌두교 종교 지도자들이 구호물품을 주고 자신의 종교 구호를 외치게 하고 종교 지도자 사진을 받아가도록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인이 전했다.

네팔의 정치적 상황도 불안하다. 네팔은 지난 2006년 왕정타도 이후 제헌 의회를 두번 소집했고 지난 4월에서야 개헌에 합의를 하고 오는 9월 신헌법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었는데 지진 사태가 터졌다. 정치적으로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겹친 가운데 구호단체들이 앞 다퉈 선교활동을 포함한 활동을 펼치면서 이번 논란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네팔 현지에 파견돼 수력발전소(이름 얌블링)개발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성상원(45)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참사로 정신이 없는데다 정치적으로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움 주는 분들이 조금 앞뒤를 따지면서 겸손해야 하는데 워낙 다른 나라에서도 선교 활동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으니 '우리는 왜 안돼'라고 생각하면서 벌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상원씨는 "논란이 된 기사를 보면 성경이라고 나오는데 (브로셔) 종이 한 장을 말하는 것"이라며 "네팔 현지 미디어도 예민한 상태이다. 네팔 정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지금은 외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지원이 끊기면 더욱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팔 현지에서는 정부와 미디어에 대한 불신도 상당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사고 초기 네팔 정부는 사망자수를 3000여명이라고 추산했는데 조선일보가 르포 기사를 통해 사망자수가 8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자 현지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큰 언론사의 보도라며 네팔 정부에 불신을 드러내 화제가 됐다고 한다. 지난 4월말 조선일보의 르포 기사는 특파원이 현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기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경우도 총리가 나서 '네팔인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수송기 7대를 파견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인도 한 언론이 시신이 발견돼 망연자실한 유족을 향해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 공분을 사는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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